도쿄의 금리 0.25%가 서울의 주식시장을 뒤흔든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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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를 고작 0.25%포인트 올렸을 뿐인데, 그 여파로 도쿄 닛케이 지수가 폭락하고 뉴욕 증시가 휘청이더니, 급기야 서울 여의도 코스피 시장에서는 하루 만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며 패닉셀이 쏟아져 나왔다는 뉴스를 들었다.
도쿄의 아주 미세한 금리 조정이 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한국의 개인 투자자 주식 계좌까지 붉은 피를 흘리게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30년 동안 이어진 ‘공짜 돈’의 마법
해답은 전 세계 금융가에 거미줄처럼 퍼져 있던 ‘엔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라는 거대한 빚의 구조에 있었다.
지난 30여 년 동안 일본은 극심한 디플레이션을 겪으며 사실상 제로금리, 심지어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해 왔다. 전 세계 글로벌 헤지펀드와 큰손들에게 도쿄는 ‘공짜로 돈을 퍼주는 무한한 저수지’였다. 이자가 거의 붙지 않는 엔화를 빌려다가 미국 나스닥의 우량 빅테크 주식을 사고, 멕시코나 신흥국의 고금리 채권에 묻어두면 가만히 앉아서 막대한 이자 차익과 자산 상승분을 누릴 수 있었다.
여기에 “엔화 가치는 영원히 떨어질 것”이라는 시장의 맹신이 기름을 부었다. 돈을 빌릴 때보다 갚을 때 엔화 가치가 더 떨어져 있다면, 빌린 원금조차 깎여 나가는 셈이니 이보다 완벽한 공짜 레버리지는 없었다.
모두가 그 달콤한 마법에 취해 레버리지를 두 배, 세 배로 끌어올렸다.
마진콜의 비명과 가장 유동적인 자산의 희생
하지만 영원할 것 같던 게임의 규칙은 일본은행의 작은 한마디에 산산조각 났다. 일본 내 물가와 임금이 오르자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고, 끝없이 추락하던 엔화 가치가 순식간에 급반등한 것이다.
빌린 엔화의 이자가 오르고 원금 가치가 치솟자 전 세계 트레이더들의 화면에 일제히 빨간불이 켜졌다.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이 쏟아져 들어왔다. 빚을 갚기 위해 그들이 가장 먼저 취한 행동은 무엇이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우량하고 가장 빨리 팔아치울 수 있는 자산부터 시장에 던지는 것이었다.
미국 기술주와 한국의 대형 반도체 주식처럼 전 세계에서 유동성이 가장 풍부한 자산들이 엔캐리 청산의 총알받이가 되었다. 기업의 실적이나 펀더멘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음에도, 단지 ‘빚을 갚기 위한 달러와 엔화가 급히 필요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량 주식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바람 앞에 흩어지는 레버리지의 환상
이 글로벌 금융의 연쇄 충격을 목격하며 내가 생각한 의미는 냉혹하다. 공짜 부채와 외부 유동성에 기생해 쌓아 올린 수익률은 환율이라는 작은 파고 하나에도 얼마나 허망하게 무너져 내리는가 하는 깨달음이다.
현대 자본주의는 국경을 넘어 보이지 않는 부채의 실타래로 너무나 촘촘하게 얽혀 있다. 내 방 안에서 안전하게 굴리고 있다고 믿었던 투자 자산조차, 지구 반대편 어느 헤지펀드가 굴리던 엔화 대출의 청산 도미노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공짜 돈의 시대가 저물고 빚의 비용이 정상화되는 과정은 언제나 거칠고 난폭하다. 이제는 남의 돈으로 뻥튀기한 화려한 수익률에 취할 때가 아니라, 언제 닥칠지 모르는 외환과 금리의 나비효과 앞에서 내 자산의 뼈대가 얼마나 견고한지 냉정하게 헤아려야 할 시간이다.